광고시장의 구조 - From Advertiser to Media
한국의 광고 산업 구조
작년 9월 즈음, 경영대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기업탐방 프로그램으로 광고대행사 나스미디어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이준용 이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에 살을 붙여 한국 광고 시장 생태계와 전망을 정리해보았다. 많은 인사이트를 주신 이준용 이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한국 광고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위 사진과 같은 프로세스를 따라 광고가 운영된다. 전통적 TVC나 OOP(옥외광고)가 아닌 온라인/모바일 광고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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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행사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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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광고대행사
광고주의 위탁에 의한 시장조사, 광고기획의 수립, 매체의 선택, 광고물제작, 매체와의 광고계약 등을 광고주를 대신해 처리함과 동시에, 매체사에 대한 광고지면·광고시간의 매매행위, 광고요금의 회수업무도 맡고 있다. 예컨대 삼성의 제일기획, 현대의 이노션 월드와이드, LG의 HS Ad, 롯데의 대홍기획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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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광고대행사(특수대행사)
광고의 여러 작업 가운데 선택적인 특정 서비스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대행사. 광고 관련 프리랜서들이 모여 있는 광고 제작 에이전시들이 여기에 속한다. 몇 사람이 하는 소규모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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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렙사 (Media R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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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렙사는 광고주를 대신하여 매체에 광고를 판매하는 회사이다. 대표적으로 KT의 나스미디어와 CJ의 메조미디어를 비롯한 땡땡미디어 회사들이 있고, 이들은 이름처럼 ‘미디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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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렙사는 전형적인 정 회사 이다. 광고주와의 계약관계에서 돈을 수령하는 을의 입장이면서,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 같은 미디어 회사들에게도 을이기 때문이다. (나스미디어 이사님께서 그래도 을로 살아오면 개인비즈니스를 하더라도 더 끈질기게 잘 살아남는다며 웃으시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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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sion Based vs Fee Based
한국 광고 시장은 Commision Based 방식으로, 광고주가 지불하는 금액에서 기획 및 제작사가 우선 15~20%를 먹고, 나머지를 대행사에게 준 후 미디어에게 전달되는, 한 마디로 알아서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 광고 시장은 Fee Based 방식으로, 광고주는 매체에 돈을 지불하고, 대행사에는 추가적으로 Fee를 준다.
이렇게 지불 방식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한국 광고 생태계 피라미드의 불균형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3~4명의 담당자만 있는 반면, 미디어 렙사는 7개가 존재하며, 기획사는 몇 백개, 광고주는 몇 천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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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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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광고는 Big3가 지배한다
이사님께서 계속 강조하신 것 중 하나가 ‘모든 광고는 Big3가 지배한다’였다. 한국은 광고 시장 역시 외국 시장보다 독과점 현상이 강하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모바일이든 정상적인 유통구조가 안정화되면 늘 메이저는 3개사에 마이너 1~2개사 정도만 남는 구조라는 것이다. Big5 매체의 매출 비중이 전체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한다고 한다.
온라인 광고의 경우, Big3로 네이버, 카카오톡, 유투브를 꼽고, 여기에 페이스북을 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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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미디어로 성공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월 10억 트래픽이면 월 취급고 10억이다. (취급고란 거래액이 아닌 유통되는 자금을 의미한다. 영업수익으로 표기.) 타겟팅, 신기술 등도 옵션일 뿐, 미디어 산업에선 성공의 핵심이 아니다. 특히 한국은 단일민족이 절반 이상은 수도권의 좁은 영토에 살다 보니 타겟팅의 필요성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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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낄 ‘수’도 있다는 데는 사실 반대하는 바이다. 페이스북은 이제 한국에서도 광고 시장을 이끄는 주인공이다. 아무래도 나스미디어가 미디어렙사이다보니 셀프 서비스를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었던 듯싶다. 페이스북이 등장했던 초반을 돌이켜보면 나와 지인의 삶을 공유하기 위해 접속하곤 했는데,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공유하는 컨텐츠를 보러 접속한다. 이는 페이스북이 미디어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반증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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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홈의 대문 배너가 현재 한국 광고 시장에서는 가장 비싼 곳이라고. 더 세부적인 예시로는 점차 동창회로 전락하여 올드해져만 가는 네이버 밴드, 맘스토리나 아기용품 광고에 주로 사용되는 카카오스토리 등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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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광고 시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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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과거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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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 생산지향적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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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 기획의 시대
마케팅지향적 경영이 막 도입된 시기로, 기획만 잘해주면 성공하던 기획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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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 Creativity의 시대
미디어/매체라 하면 오로지 TV 뿐이었던 시대. 창의적인 카피를 통해 광고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좋은 카피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광고 에이전시들이 가장 번성하던 시기이다. 언론 및 미디어 학과를 꿈꾸는 수많은 고등학생들에게 영감이 되었던 광고천재 이제석 씨도 알맞은 시대에 활동했기에 더욱 각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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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 Media의 시대
2010년대는 Creativity보다도 Media의 시대로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졌다. 각 영역에 맞는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 플래닝이 필요한 것이다. 매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사람들이 안정적인 활동을 이루고 있다. TV의 비중이 감소하고 사람들은 다른 다양한 미디어에 의해 컨텐츠를 감상한다. 이러한 컨텐츠와 기술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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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 Data의 시대
비단 광고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전반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퍼포먼스 지향 마케팅을 추구하고, 퍼포먼스를 나타낼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알맞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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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특이점
- 우리나라는 토종 미디어가 1위를 하고 있는 특이 케이스. TVC도 물론 비중이 굉장히 감소했으나, 이미 Netflix, Amazon Prime Video가 거의 TV를 대체해버린 외국에 비하면 변화가 완만하다.
- 건강하지 못한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생각했을 때, 기존의 틀이 깨지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기득권을 부정하면 벽이 생기고 이를 깨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겠지만 한국에서는 특히나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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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분명히 온다
- 이 포스팅에서 설명한 기존 광고시장의 구조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전통적 마케팅은 퍼포먼스 지향 마케팅으로 대체되었고, 광고 매체와 광고 대행사, 그리고 미디어 렙사 간의 경계를 허문 인플루언서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사님께서는 기존 산업 구조를 부정하면 너무 힘들며, 기존 틀 안에서 현실을 인정하고 자기 것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이다. 광고 시장의 기존 틀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한국 특성상 변화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늦더라도 결국 한국도 주류의 변화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물론 현실을 아예 부정하고 기득권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몸을 실으면 저절로 틀은 깨지기 마련이다.